어떤이는 방대한 분량의 성경을 쓰고 읽기 몇번씩 한다고 한다.
선조님께서 남기신 글을 읽고 뜻을 음미하지 않는다면 어찌 후손의 도리라 하겠는가?
쓰지는 못하지만 의미를 되새기며 종친들께 전달하고자 한다.
고개를 지날때, 한 번 뵙고 작별하지 못하고 돌아왔으니 서운하고 그리운 심정은 밤이고
낮이나 잊지 못하더니, 갑자기 천 리 멀리서 보내주신 위문 서한을 받고 겸하여 아름다운 시문(詩文)도
보내주셨으니 진중(珍重)함이 밖으로 넘쳐나 펼치고 여러 차례 읽어보니 완연히 맑은 모습을 대하는 듯
하였습니다. 이곳의 기쁘고 위안됨은 말로 어찌 다 할 수가 있겠습니까?
비생(鄙生: 비루한 자신)은 노인을 모시고 도성(都城)으로 들어와 그런대로 예전 모습을 보전하고 있으니,
다른 것은 어찌 말씀드리겠습니까. 졸렬(拙劣)한 말은 감히 시(詩)라고 하지 못하지만 후한 뜻에 답하고
평소의 정을 적었으니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데 다만 어른 모시고 경사를 누리며 더욱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삼가 살펴주십시오. 답장을 보냅니다.
갑(甲) 초추(抄秋:음력9월) 보름에 이상(履祥)
곧 온 심부름꾼으로 인하여 대감의 안부가 매우 편안함을 자세히 살폈으니 축하하는 마음을
어떻게 다하겠습니까? 황송(惶悚)하여 감히 따로 갖추어 올리지 못합니다. 아울러 살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