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갤러리/풍경

모내기

홍만식(뜸부기) 2020. 5. 24. 08:55

 

열두식구가 살았던 우리집 논농사는 달뱅이논 세마지기가 전부였다.

공동묘지앞 주정골에 세마지기의 논이 열두다랭이다.

밀집모자를 벗어놓고 참을 먹다보면 한다랭이가없어졌다.

밀집모자에 한 다랭이가 가려졌기 때문이다.

주정골은 집에서 오리정도 떨어진곳이다.

 

해마다 모내기철이 되면 일요일을 모내기날로 받는다.

아침일찍 모내기할 사람들이 아침을 먹어야 하기에 늦잠자기는 이미 글러 먹은 것 이다.

가장 먼저 모판에 모를 찐다. 찐모를 싸리나무바수거리 걸린 지게에 지고 다랭이마다 나른다.

오전새참,점심,오후접밥 세번에 걸쳐 참을 내간다. 일꾼들이 허기져선 안되기 때문이다.

참을 내갈때는 막걸리가 필수이다.

 

동네 주막에 가서 막걸리를 받아 오는데 매번 외상으로 받아온다.

외상으로 쑬받으러 가는게 정말 싫었다. 아니 자존심이 상했다.

막걸리주전자를 들고 주정골논까지 들고 가다가 한모금씩 주전자에 입을 대고 마신다.

제법 달착지근한것이 맛이 괜찬다.

 

가마솥에서 밥을 해서 들밥을 이고 간다.

고슬고슬한 쌀밥과 마른새우를 넣고 끓인 아욱국, 콩자반 고추장발라 말린 파래,실치포 진수성찬이다.

바가지에 아욱국을 말아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담배한대 피우는 달콤한 들밥먹는시간이 가장 행복했으리라.

모내기를 위하여 모쟁이 역활은 우리들 몫이다.

 

부족한 모찜을 대어주고 몰려있는 모는 분산시키는 작업을 돕는다.

물논속을 맨발로 다니기가 쉬운게 아니지만 그보다 힘든게 거머리다.

한시간도 안되어 달라붙은 거머리를 떼어내기 바쁘고 가렵다.

아니다 그보다 힘들게 하는것은 모쟁이를 놀리는 어르신들의 농담이었다.

 

 

모쟁이를 하던 어린애가 벌써 환갑이 넘었다.

모를 심으셨던 그분들은 어디 가셨나?

관희아버지 창봉, 광수아버지 종구,영칠아버지 병배,국종아버지 범옥,영철,순후...

 

농사짓는게 창피스럽고 불만스러웠지만 애잔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갖게 했다.

힘든 살림에 팔남매를 키워 주신 부모님 은혜에 감사드린다.

 

2020년 5월 24일 비오시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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