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갤러리/잊혀져 가는것들...

둠벙을 아시나요?

홍만식(뜸부기) 2020. 6. 16. 15:18

어린 시절 둠벙은 나의 보물창고이며 우주의 공간이었다.

주정골논을 가다가 보면 늙은둠벙이 있는데, 키가 큰 수초가 많지 않아서 물속의 생물을 관찰 할 수 있어서

나의 놀이터가 되었다. 쌀방개와 보리방개가 많이 살고 있었다.

가끔씩 물뱀(무자치)이 헤엄치기도 하였지만,  독사정도는 구분을 할 줄 알았기에 물뱀을 겁내지 않았었다.

 

냇가 바로옆에 있는 마대 둠벙은 털게가 많이 살았다.

깊이는 어른허리가 잠길정도였으니 꽤나 깊은편이다 길이는 5미터를 넘을거다.

발가벗은 우리또래들은 이둠벙을 헤염쳐서 건너야 수리조합의 깊고 넓은곳으로 수영하러 갈 수 있는

시험대이다. 논이 옆에 있기에 개흙을 온몸에 문지르고 점프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거머리가 많았다.

멱을 감고나면 찰거머리가 서너마리가 몸에 달라 붙어 있어 갈대잎으로

떼어 원수를 대하듯이 돌로 찧어 원수를 갚았다.

 

이내 도림이방죽에는 줄이 많이 있어 하얀 밑동을 먹었다.

줄에도 거머리가 붙어 있어 모르면 몰라도 나도 모르게 몇마리 거머리를 씹어 삼켰을거다.

말조개가 살았고 버들붕어가 사는 아름다운 곳이다.  

 

육성회비를 못내면 선생님께 꾸지람과 독촉을 받는다.

빚을 지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어린시절 일찍부터 경제교육을 받은셈이다.

육성회비를 밀린죄로 청소당번이 되었다.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다~"

학교방죽으로 죽자사자 뛰어 간다.

 

학교방죽에서 죽은 아이의 부모님이 무당의 굿거리에 가슴이 무너진다.

죽은 아이가 부모한테 하는 말을 무당이 대신 전한다.

구경꾼들도 남의일 같지않은 심정으로 눈물을 찍어낸다.

무당의 입담은 가히 예술인급이었다.

길고 하얀소창을 방죽물위를 훑고 지나가기를 반복하고,혼을 건졌다며 죽은애 머리카락을 보여준다.

 

학교방죽은 배방초교운동장 크기 와 맞먹을 정도로 컷다.

해마다 멱을 감다가 아까운 생명을 삼키는 무서운 곳 이다.

여기서 멱을 감다가 선생님께 들켜서 옷을 압수당하고 하루종일 벌을 서는 애들이 많았다.

 

학교방죽은 여름이면 말잠자리 보리잠자리 세상이다.

쑥부쟁이 꽃잎은 떼어버리고 파리동동 모기동동하면서 빙글빙글 돌린다.

하루에 말잠자리 열마리 잡는건 식은죽 먹기다.

잡아온 잠자리꼬리에 무명실을 묶어서 날린다.

비행기 가진사람 부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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