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조 만퇴당(諱 만조)묘역)
부부유별이란 무엇인가?
부부유별(夫婦有別)이라는 말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남편과 아내는 분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인다. 흔히 부부유별이라고 하면 남편은 사랑채에, 아내는 안채에 따로 떨어져 살면서 남편은 바깥일, 아내는 안살림을 맡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만약 그렇다면 별거하거나 한쪽이 기러기 생활을 해야 부부유별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부부유별이 남녀의 성 역할을 규정하는 발언이라는 해석도 사실과 다르다. 부부가 영역을 나누고 서로 상관하지 않는다면 부부가 된 의미가 어디에 있겠는가? 이것은 필시 아내의 참견과 잔소리에서 벗어나고픈 남편이 만들어 낸 얼토당토않은 해석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부부유별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조선후기 유학자 육회당(六悔堂) 이시홍(李是鉷)의 해석이다.
부부유별은 오륜의 하나이다. 여기서 별은 식별한다는 뜻이다. 한사람의 남편은 한 사람의 아내를 두어 서로 짝을 혼동하지 않고 분별하고 식별한다는 뜻이다. 어째서인가?
남녀의 정욕은 사람의 큰 욕구이다. 만약 예의로 조절하지 않는다면 방탕해지고 음란해져 짐승과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께서 부부의 윤리를 만들어 처음 혼인할 때부터 일을 크게 벌이고 예의를 엄격히 지킴으로써 천하의 부부로 하여금 각자 자기 남편만 남편으로 여기고 자기 아내만 아내로 여기며 다른 사람의 부부와 문란하게 되지 않도록 하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부의 분별이자 식별이 인간의 중요한 윤리가 되는 까닭이다.
부부유별의 별은 남편과 아내를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부부와 다른 부부를 구별한다는 뜻이다. 남의 남편을 내 남편으로 여기거나 남의 아내를 내 아내로 여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십계명의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마라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쉽게 말해 바람피우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남편과 아내의 할 일이 다르다는 해석은 잊어 버려도 좋다. 서로의 생활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부부의 도리이다.
2019년4월4일
장유승의 일일공부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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